[영화·드라마 속 역사 #3] 넷플릭스 《킹덤》 — 좀비 너머의 진짜 17세기 조선

2019년 1월 25일, 넷플릭스에 한 편의 한국 드라마가 공개됐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Kingdom)》—한국 최초의 본격 사극 좀비물이다. 6부작의 짧은 분량이었지만 그 충격은 컸다. 미국·유럽·동남아시아 시청자들이 ‘갓(Gat)’이라 불리는 조선 모자에 열광했고, 좀비물이라는 익숙한 장르를 17세기 조선이라는 가장 낯선 배경에 결합한 신선함이 글로벌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킹덤은 좀비물이지만, 좀비와 생사초만 빼면 나머지는 거의 모두 실제 조선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외척 정치, 의녀 제도, 갓의 종류, 역병의 공포, 백성의 굶주림—이 모든 것이 한 시대를 정확히 복원한 결과물이다. 드라마가 좀비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그리고 진짜 17세기 조선이 어떤 곳이었는지 들여다본다.

킹덤의 시대 배경 17세기 조선

1. 어느 왕대의 이야기인가 — 광해군~인조 연간

킹덤은 정확히 어느 왕대의 이야기일까? 드라마는 시대를 명시하지 않지만, 등장하는 단서들로 추정할 수 있다. ① 시즌 1 첫 회에 일본인 검술가가 등장하고 임진왜란을 연상시키는 폐허 묘사가 나오며, ② 의복·관모의 양식이 17세기 초반 양식이고, ③ 외척과 왕세자의 갈등이 광해군~인조 시대의 정치사와 비슷하다. 학계와 평론가들은 대체로 임진왜란 직후 광해군~인조 연간(1600~1640년대)으로 비정한다. 이 시기는 한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대 중 하나였다. 임진왜란(1592~98)으로 인구의 약 1/3이 사라졌고, 농토와 도시가 폐허가 됐으며, 식량 생산은 회복되지 못했다. 동시에 17세기 전 지구를 강타한 소빙기(小氷期)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쳐 매년 흉작과 기근이 반복됐다. 굶주린 백성, 무능한 조정, 외척의 전횡—드라마가 그린 풍경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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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짜 좀비는 17세기 조선의 역병이었다

킹덤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좀비가 가공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좀비가 상징하는 ‘역병의 공포’는 17세기 조선의 일상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은 17세기 한 세기 동안 전국급 역병이 17회나 발생했다고 기록한다. 평균 6년에 한 번꼴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 1670~71)이다. 현종 11~12년에 걸친 이 재앙은 흉작·역병·한파가 결합되어 한반도를 강타했다. 실록은 “도로에 시신이 줄지어 있고, 굶주린 백성이 죽은 자의 시체를 먹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기록한다. 인육 식인 기록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사실이었다. 사망자는 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일부 지역은 인구의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킹덤의 좀비는 이런 진짜 공포를 시각적 은유로 표현한 것이다. 어쩌면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17세기 조선의 진짜 모습이었다.

17세기 조선 역병 통계

3. 조학주의 모티프 — 윤원형부터 김자점까지

드라마의 악역 조학주(조병규 → 류승룡 분)는 영의정이자 왕비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그는 왕의 죽음을 은폐하고 왕비의 친아들을 새 왕으로 옹립하려는 외척 권력의 화신이다. 이 캐릭터는 가공이지만, 그 모티프는 조선 후기 외척 정치의 전형이다. 실제 조선에서 외척이 왕권을 좌우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① 선조 시대 윤원형(尹元衡)—명종의 외삼촌으로 을사사화(1545)를 일으켜 정적을 학살, ② 광해군 시대 이이첨(李爾瞻)—대북파 영수로 영창대군과 인목대비 폐비 사건 주도, ③ 인조 시대 김자점(金自點)—인조반정 공신으로 노쇠한 왕 곁에서 권력 농단, ④ 순조 시대 김조순(金祖淳)—안동 김씨 외척 정치의 시조.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외척과 왕권의 충돌은 거의 매대 일어났다. 드라마의 조학주는 이 모든 외척 권신들의 종합 모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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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녀 서비 — 600년 된 조선 여성 의관 제도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 인물은 의녀(醫女) 서비(배두나 분)다. 천민 출신이지만 의술로 좀비병의 비밀을 풀어가는 그녀의 캐릭터는 단순한 가공이 아니다. 조선의 ‘의녀’ 제도는 실존했다. 태종 6년(1406) “양반 여성이 남성 의관에게 진찰받기를 꺼려 병이 깊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어린 노비 소녀를 선발해 의술을 가르쳐 양반 여성들의 진료를 담당하게 했다. 가장 유명한 의녀가 ‘대장금(大長今)’—중종(中宗) 시대 실존 인물로 『조선왕조실록』에 19회 등장한다. 그녀는 왕의 진맥까지 본 보기 드문 여성 의관이었고, 후일 드라마 대장금(2003)의 주인공이 되었다. 의녀는 신분상 천민이었지만, 의술로 양반층과 왕실에 깊이 관여한 조선의 가장 특이한 여성 전문직이었다. 킹덤의 서비는 이런 의녀 제도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캐릭터다.

킹덤 6요소 드라마 vs 실제

5. 갓(Gat) — 한 켤레의 모자가 만든 글로벌 신드롬

킹덤이 만든 가장 큰 글로벌 충격은 ‘갓(Gat)’ 패션이었다. 시즌 1 공개 후 트위터·인스타그램·미국 유튜브에서 “Why is everyone wearing different hats in Kingdom?“이 트렌드가 되었다. 미국 GQ 매거진은 “한국의 조선 시대가 가장 패셔너블한 시대였다“는 기사를 실었다. 실제 조선의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신분과 직책을 표시하는 시각 언어였다. ① 흑립(黑笠)—양반의 외출용 검은 갓, ② 전립(戰笠)—군관의 모자, ③ 유건(儒巾)—유생의 두건, ④ 탕건(宕巾)—집안에서 쓰는 양반 모자, ⑤ 패랭이—평민·상인의 갓, ⑥ 망건(網巾)—머리띠처럼 두르는 기본 망. 한 사람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만 봐도 그가 어떤 신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드라마 미술팀이 이 디테일을 정확히 고증하면서, 세계가 한국의 시각 문화를 재발견했다. 한 켤레의 갓이 한국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의 결정적 무기 중 하나가 된 셈이다.

6. 생사초 — 환혼초 전설과 도교의 불사 사상

드라마의 핵심 소재 ‘생사초(生死草)’는 가공의 식물이지만, 그 모티프는 조선 약초학에 실재한다. 조선의 의서 『동의보감』(허준, 1610)에는 “환혼초(還魂草)”·“회혼초”·“불사약(不死藥)” 같은 죽은 자를 살린다는 전설적 약재 이름이 종종 등장한다. 물론 이는 실제 죽은 자를 살리는 약은 아니고, 기절한 환자를 깨우는 강심제·자극제 수준의 약재였다. 그러나 민간에는 더 신비한 전설이 있었다. 깊은 산 속에 자라는 어떤 풀이 죽은 자를 살린다는 이야기—이런 전설은 중국·일본·한국 모두에 공통적이며, 도교의 불사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 드라마의 생사초는 이런 전설적 약초 + 좀비 장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이다. 그러나 그 뿌리에는 조선 사람들이 죽음을 다시 되돌리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17세기처럼 매년 가족이 역병으로 죽어가는 시대에, 그 소망은 얼마나 절실했을까.

7. 킹덤이 글로벌 표준이 된 진짜 이유

킹덤이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 ‘한국 사극의 글로벌 표준’이 된 이유는 디테일 때문이다.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자막에 한국 음식 이름을 그대로 표기했고(국밥·만두·전·국수), 등장인물의 호칭(저하·전하·세자·영의정)을 영어로 의역하지 않고 그대로 음역했다. 넷플릭스 영자막 번역가들이 갓을 “Gat“, 영의정을 “Yeong-uijeong“으로 표기한 것은 작은 결정이었지만 큰 효과를 낳았다. 외국 시청자들이 한국 문화의 디테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또한 드라마는 좀비 장르의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정치·계급·민중의 분노라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좀비의 진짜 원인이 굶주린 백성이 인육을 먹는 데서 시작했다는 설정—이는 17세기 경신대기근의 실제 기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즉 킹덤은 ‘좀비물의 형식’을 빌어 ‘조선 민중사’를 그린 작품이다.

8. 좀비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한국사

킹덤은 좀비 사극이지만, 좀비가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에 남는 것은 17세기 조선의 진짜 풍경이다. 굶주리는 백성, 외척의 전횡, 무능한 왕, 죽어가는 의녀, 두려움 속의 양반들—이 모든 것이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좀비는 그 시대의 공포를 시각화한 은유일 뿐이다. 한국이 어떤 시대를 거쳐 오늘에 왔는지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 작품이 다름 아닌 좀비 드라마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외국 시청자들이 갓에 열광하고 의녀에 매료될 때, 우리는 그 한 켤레 갓 뒤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의 과거다. 김은희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킹덤의 진짜 좀비는 권력에 굶주린 자들과, 굶주려서 사람을 잡아먹어야 했던 백성들 그 자체입니다.” 좀비가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사가 잊고 있던 그 백성들의 얼굴을 다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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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FAQ)

Q1. 킹덤은 정확히 어느 왕대 이야기인가요?

드라마는 시대를 명시하지 않지만, 의복 양식·정치 상황·임진왜란 직후 분위기를 종합하면 17세기 초반, 즉 광해군~인조 연간(1600~1640년대)으로 비정됩니다. 다만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특정 왕대를 피해 ‘가상의 조선’을 설정해, 실존 왕에 대한 정치적 해석 논란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Q2. 조선시대에 정말 인육을 먹는 일이 있었나요?

불행히도 사실입니다. 『조선왕조실록』 현종 12년(1671) 경신대기근 기록에 “백성이 시신을 먹는 일이 도처에 일어났다(食人之事 處處有之)”고 명확히 적혀 있습니다. 17세기 한반도의 극단적 굶주림 상황에서 실제 일어난 비극입니다. 킹덤의 좀비 설정—굶주린 백성이 인육을 먹는 데서 시작—은 이 역사적 기록을 직접 차용한 것입니다.

Q3. 조선 의녀는 실제로 어떤 직업이었나요?

태종 6년(1406)부터 시작된 여성 의관 제도입니다. 어린 노비 소녀를 선발해 의술을 가르쳐 양반 여성 진료를 담당했습니다. 신분은 천민이었지만 의술로 왕실 진료까지 했고, 일부는 어의(御醫)에 준하는 위상까지 올랐습니다. 중종 시대 대장금이 가장 유명하며, 후일 드라마 《대장금》(2003)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킹덤의 서비는 이 의녀 전통을 잇는 캐릭터입니다.

Q4. 킹덤의 갓이 정말 신분마다 달랐나요?

네, 매우 정교하게 구분되었습니다. 양반의 외출용 흑립(黑笠), 군관의 전립(戰笠), 유생의 유건(儒巾), 집안용 탕건(宕巾), 평민·상인의 패랭이까지 신분·상황·계절에 따라 모두 다른 모자를 썼습니다. 한 사람의 머리만 봐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신분의 시각 언어’였습니다. 킹덤 미술팀이 이를 정확히 고증하면서 글로벌 패션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Q5. 킹덤 시즌 3는 언제 나오나요?

현재(2026년 5월 기준) 시즌 3 공식 제작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김은희 작가는 2021년 외전 “아신전”(전지현 주연) 공개 후 시즌 3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구체적 일정은 없습니다. 다만 글로벌 흥행과 팬덤이 강해 후속작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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